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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ster_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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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it easy, Do you know that it is very rude now?”

(적당히 하세요, 지금 굉장히 무례한 것은 알고 계십니까?)

 

참고 참았던 화가 폭발해 기어이 선을 넘었다. 지킬 수 있었던 다른 선도 많았다, 어떻게 정중히 그으라면 그을 수 있었다. 시작은 이러했다. 초대를 받아 국빈의 자격으로 갔건만 국빈으로 초대한 나라가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아내마저도 표정이 굳어있었다. 공적인 자리에서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차분하게 대화를 진행하던 아내였는데. 이렇게 나오면, 그래. 말 다 했지. 이미 선을 넘은거지.

 

“You have to stick to the line.”

(선을 지키셔야 합니다.)

 

보다 못한 통역관이 눈치를 보다 자국 대통령 옆에서 말해주는 걸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상대는 본인 할 말만 계속 나불거렸다. 속 긁기는 덤이었다. 처음에는 아내도 손을 다독여주며 참으라는 듯한 눈짓을 보였다. 그와 별개로 아내의 표정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초대 국가의 영부인이 사태 파악 후 남편을 흘겨보고는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나갔다. 할 행동은 이미 뻔했다. 자신의 남편이 저지른 무례를 사과하고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경재 역시 얼굴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국빈으로 초대해 놓고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이미 질린 상태였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는 것이 스스로도 대견하게 느껴질 만큼.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행원에게 물어보니 영부인과 대화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내 성격에 그 자릴 그대로 박차고 나오면 밤새 죄책감에 성경을 완독하고도 몇 백 번은 더 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Sorry, sometimes my husband corsses the line. That habit has upset a lot of people, and again. I apologize

for that.”

(죄송해요, 가끔 남편이 선을 넘을 때가 있거든요. 저 버릇 때문에 여러 사람 화나게 했는데, 또 그러네요. 대신 사과드려요.)

 

“I’m more sorry to embarrass you. You shouldn’t have come out like that in public.”

(당황시켜드려서 제가 더 미안해요. 공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나오면 안돼는 건데.)

 

“Have a meal before you go. I’ll take care of my husband’s rudeness myself.”

(식사하고 가세요. 남편의 무례는 제가 직접 조치하겠습니다.)

 

이윽고 사적인 자리가 마련되었다. 기실 보이는 건 사적이지만 이곳을 나가는 순간까지 공적인 일이었다. 경재와 그의 부인, 초대 국가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 한 자리에 둘러앉았다.

 

“Enjoy.”

(즐겨주세요.)

 

그 말과 동시에 경재는 자연스럽게 아까의 일을 꺼내려 입을 열어보려 시도했다. 선을 지키지 않은 건 어쩌면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자기 최면을 걸며 입을 여는 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대통령의 부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아내에 의문스러운 얼굴이 되었다가 왜 그러는지 알게 된 이후로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식사만 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는 무슨, 더 뻣뻣하게 굳어갔다. 밤새 공부한 영어회화가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아내를 따라나갔던 그녀의 눈빛은 바로 ‘이 분들께 아까의 무례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조금 이따가 돌아가서 나랑 한 바탕 할 줄 알아요’ 의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남편을 확 잡아버리는 카리스마와 눈빛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이라는 눈빛의 그도 그녀의 눈빛에 순식간에 제압당했으니 말 다했지. 경재는 긴장이 풀려 웃음을 참느라 고생해야했고, 그의 아내는 경재를 따라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갈무리 하느라 퍽 애써야했다.

 

“Please forgive my rudeness.”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서로는 그렇게 경계를 풀고 선을 넘지 않게 노력하며 식사 자리를 마쳤다. 일정이 끝나고 돌아가는 날, 그들은 완전히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다음에는 한국에 초대하겠노라 말하며 웃으며 전용기에 탑승하는 그들을 대통령 부부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2020 강철비 유니버스 합작: 경계,선

주최 & 디자인 |  구구 (@QB55yn6)

참여자 |  다람이 베개 엘 (익명) 잎 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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