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nah
[매브아이스] Chocolate
※ WRC(모터스포츠) AU
※ 밑줄 표시된 단어: 본문 하단 주석 참조
1.
할로윈이 낀 주간의 서비스 파크¹는 소란스러웠다. 할로윈을 챙기는 몇몇 미캐닉들이 팀 로고가 박힌 귀여운 꼬마 유령이나, 주황색 호박 모형 같은 것들을 눈에 띄는 이곳저곳에 올려놓았고, 경기를 보러 온 갤러리들은 그것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가끔 장난이 심한 선수들은 얼굴에 기괴한 분칠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갤러리들은 그것마저도 즐거워했다.
토마스 카잔스키는 장난을 즐기지 않는 편에 속하는 선수였다. Ice cold, No mistake. 얼음처럼 차갑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 라는 이유에서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 별명답게, 카잔스키는 데뷔 이래로 포디움 피니쉬를 놓쳐본적이 손에 꼽았다.
언론은 오랜만에 러시아에서 WRC의 챔피언이 나올것이라고 떠들어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카잔스키는 언론의 행태가 불편해 카메라 앞에서 입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때면, 미디어는 그의 팀메이트인 피트 미첼을 조명했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태도를 가진, 녹색눈의 자그마한 파일럿.그는 우승과 차량 반파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 몇몇 사람들은 그의 코드라이버인 닉 브래드쇼를 걱정했다. 한번은 푸석한 그래블²을 지나갈때 배려없이 속도를 내 다음 순번인 다른 선수의 시야를 가려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매버릭"이라는 조롱섞인 별명을 지어주었다.
매버릭과 아이스맨, 이 극단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팀을 꾸려서 경기에 참가하는지라, 팀은 잡음 아닌 잡음 투성이었다.
2.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매버릭이 운행하던 차가 뒤집혀 호수에 빠진적이 있었다. 차는 물에 가라 앉았지만 다행히 브래드쇼와 피트 미첼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물에 젖어 남의 차를 얻어타고 터덜터덜 서비스 파크로 돌아온 미첼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카잔스키가 건넨 수건을 받았다.
"괜찮아?"
".... 어, 괜찮아, 나 멀쩡해."
"그래. 빨리 들어가서 씻어라, 감기 걸리겠다."
쟤가 저런 말을 할수있는 사람이었나? 피트 미첼은 손에 들린 수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봐, 피트! 우리 노트 말려야해! 코드라이버인 닉 브래드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걸, 애써 무시하며 피트 미첼은 상념에 잠겼다.
3.
"Trick or Treat!"
뭐야, 미첼. 깜짝 놀랐잖아. 머리에 가짜 피를 쏟아부었는지 너덜너덜한 늑대 귀 머리띠를 한, 이마부터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인 (분명 장난끼있는 미캐닉이 도와줬을거라고 카잔스키는 짐작했다.) 피트 미첼이 카잔스키에게 달려들었다. 자 일단 이거 먹고! 피트 미첼의 손에 들린것은 자그마한 초콜릿이었다.
"피트, 나 단거 안먹는데."
"오, 카잔스키. 이런날까지 거절하지 말아줘라."
피트 "매버릭" 미첼의 손을 떠난 자그마한 초콜렛은 톰 "아이스맨"카잔스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피트 미첼은 짓궂은 면이 분명히 존재 했지만, 그런 장난스러운 면은, 톰 카잔스키에는 닿지 않았었다.
할로윈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더니, 그게 사실이었나? 피트 미첼이 입에 넣어준 초콜릿은 달콤한 끝맛을 남기며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끈적하게 남는 뒷맛에 카잔스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맛있는건가? 다 녹은 초콜렛은 끝에 옅은 코코넛 향기를 남겼다.
어쩐지 코 끝을 스치는 코코넛 향이 싫지 않았다.
◆
할로윈이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더니 진짜 사실이긴 한가보다. 피트 미첼은 평소와 달리, 무서운 분장을 하고 사진을 요청하는 팬들과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톰 카잔스키를 보며 생각했다. 팬들은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카잔스키에게 초콜렛과 사탕같은 간식거리를 건넸고, 톰은 그 간식거리를 들고 있던 바구니 안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바구니가 어느정도 채워지자, 톰은 채워진 바구니를 피트에게 건네어 주며 웃었다.
"Trick or Treat. 너한테 이미 초콜렛을 받았으니까, 이건 내 선물이야."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활짝 웃고 있는 카잔스키를 본 피트 미첼은, 어쩐지 얼굴이 새빨개진것 같았다. 나 쟤 좋아하나?! 복잡한 감정을 추스리고 고개를 들었지만, 그는 이미 차가 괜찮나 확인하러 간 후였다.
피트? 피트 미첼?
코드라이버인 닉 브래드쇼가 뭐라고 말을 했으나, 머릿속이 복잡해진 미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나 쟤 좋아하나 봐.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것 처럼, 미첼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브래드쇼는 화들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주석>
1) 서비스 파크: 경기 전, 중간, 후에 차량 점검및 타이어 교체를 위해 차량이 정차하는 곳. 드라이버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함.
2) 그래블: 비포장도로. 보통 자갈, 모래, 흙 등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칭하는 말.
